작년 11월에 다녀온 후 4개월 만에 다시 찾게 된 일본 후쿠오카.
골목골목 이어지는 일본의 거리는 익숙해졌지만,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전체 일정은 후쿠오카 – 우키하 – 하카타 – 후쿠오카로,
총 3박 4일의 일정이다.
일본 후쿠오카, 3박 4일 여행기
6) 후쿠오카 속 자그마한 교토, 우키하 거리를 마시다
우키하 거리에 위치한 카페 叙情詩(서정시).
2층으로 올라가는 어둡고 가파른 계단에서
재즈가 흘러나오고 있다면 제대로 찾아온 거다.
다섯 계단만 오르면
이곳이 주는 감도 높은 센스와 만나게 된다.
생각보다 넓은 가게 내부는
테이블이 널찍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혼자를 위한 바 자리도 준비되어 있었다.
타국에서 만나는 LP의 소리.
커피와 캔들, 그리고 좋은 음악이 컨셉인 카페.
컨셉에 충실한 모습이다.
본격적으로 보이는 스피커에서는
LP의 소리가 자잘한 노이즈를 타고 내뿜어지고 있었다.
조용한 동네에 비하면 볼륨이 꽤 컸는데,
음악에 잠기기 딱 적당한 수준이다.
밖을 바라보는 선인장.
메뉴는 영어로도 표기되어 있어
보기 어렵지 않았다.
캔들 카페답게 테이블마다 초가 놓여 있으며
자리에 앉으면 물과 함께 불을 붙여 주신다.
가게는 15시 오픈으로 좀 늦은 편인데,
10분도 채 되지 않아 만석이 돼버렸다.
사장님 혼자 주문을 받고 만들다 보니 시간이 꽤 걸릴 거 같아
가게 내부를 둘러보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주변 가게 명함을
가져갈 수 있도록 놓아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게끼리 커뮤니티 형성도 되고
손님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작품이 돼버린 캔들.
이런 걸 볼 때마다 의도하고 녹인 건지,
녹이다 보니 작품이 된 건지 궁금해진다.
우주를 닮은 색.
인테리어 자체가 센스 있게 꾸며져
눈이 즐거운 공간이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재즈의 열기도 고조된다.
의자 속에 파묻혀 한없이 잠기고 싶은
오래간만의 평온한 순간이다.
먼저 나온 커피.
진한 커피 향이 풍긴다.
율이 주문한 아이스 라테.
역시 얼죽아 한국인 다운 선택이다.
왠지 영국찻집 생각이 들어
홍차를 주문했다.
영국찻집이 저녁에 문을 열고 조명을 낮추면
어쩐지 비슷한 느낌이 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온 디저트.
배가 불렀지만 차를 마시니
디저트를 한 입 먹을 여유가 생겼다.
시간이 지나자 조명이 어둡게 조절됐다.
어떤 기준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순간에 잘 어울리는 빛을 만들어 주신다.
따뜻해지기 시작한 스피커 옆 캔들.
티를 다 마시고도 한참을 즐기다가
다시 차로 돌아가 집으로 향했다.
비 오는 날에 우키하 까지 먼 거리를,
그것도 휴일에 시간을 내 데려다주신 어머님께 무척이나 감사하다.
점심을 하도 맛있게 먹은 탓에
저녁 식사는 어머님이 만드신 고기구이와
쯔 꼬리를 닮은 빵 만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여행의 반이 지나니 벌써 아쉬움이 생기기 시작한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오늘 저녁은 조금 마시고 즐겨버렸다.
내일은 후쿠오카에서 맞는 마지막 하루니
좀 더 알차게 지내봐야겠다.
2023.03.16 – 2023.03.19
일본 후쿠오카, 3박 4일 여행기
6) 후쿠오카 속 자그마한 교토, 우키하 거리를 마시다
다음 포스팅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