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던 제주도 보름살이.
그만둔 회사의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아직은 쌀쌀한 4월 중순의 봄에 시작한 여행이다.
오늘은 제주도 보름살이의 마지막 일정으로 본태 박물관과 방주 교회를 들를 생각이다.
총 14박 15일의 일정이다.
14) 건축물을 따라 본태 박물관과 방주 교회
비오토피아 수풍석 박물관 바로 옆에 위치한 본태 박물관.
유명한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설계로 유명한 이 곳은
모두 5개의 관에서 각각 다른 내용의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테마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비오토피아 박물관 투어를 예약하면
투어 당일에 한해 50% 할인해 주기 때문에 둘러보게 되었다.
안내받은 동선을 따라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있는 3관으로 갔다.
호박 앞에서 직원의 안내를 기다리고 있으면
4명 정도 한 팀으로 무한 거울방에 입장이 가능하다.
제한된 시간 안에 관람하고 나와야 하지만 시간은 충분했다.
![제주 본태 박물관 사진.](http://138.2.119.74/wp-content/uploads/2019/07/re_img_2-10.webp)
“영혼의 반짝임”이라는 제목의 작품 그대로
사방이 유리로 이루어져 끝없는 반짝임을 볼 수 있다.
다만 서있을 수 있는 공간이 매우 협소해서
걸어 다닐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웠다.
다음 4관으로 이동해 “상여와 꼭두의 미학”이라는 작품을 봤다.
들어가는 길이 헷갈리는데 창고같이 큰 문 옆에 버튼을 누르고 들어가더라.
날씨도 스산한데 보고 있으니
어두컴컴한 느낌이 든다.
![제주 본태 박물관 사진.](http://138.2.119.74/wp-content/uploads/2019/07/re_img_5-9.webp)
한 관에 30분 내외로 짧은 동선이어서
부담 없이 둘러보기 좋다.
비가 다시 내리다 그쳐 옥상으로 올라와봤다.
어디서 많이 본 작품인데 찌그려져 있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축물.
![제주 본태 박물관 사진.](http://138.2.119.74/wp-content/uploads/2019/07/re_img_8-6.webp)
깔끔하면서 단조로운
노출 콘크리트 외벽이 인상적이다.
2관으로 이동하기 전 5관으로 가는 길에 들렸다.
잔잔한 수면을 보니
아까 본 수 박물관이 생각난다.
![제주 본태 박물관 사진.](http://138.2.119.74/wp-content/uploads/2019/07/re_img_11-4.webp)
2관은 신발을 벗고 마룻바닥을 걸으며
관람하게 되어있다.
따끈한 바닥 위를 걸으니 집에 온 듯한 기분이다.
현대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다.
2층으로 올라와 본태 박물관의 설계에 대한 작품들을 보고,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둘러봤다.
좀 더 여러 작품을 만나보고 싶었지만
몇 점 없어서 아쉬웠다.
![제주 본태 박물관 사진.](http://138.2.119.74/wp-content/uploads/2019/07/re_img_14-4.webp)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명상의 방”으로 찾아간다.
큼지막하게 파여 있던 채광창.
길 끝에 전시되어있는 “명상의 방”.
실제로 앉을 수는 없지만, 가까이서 보니
저곳에 있으면 어떤 기분일지 어렴풋한 느낌이 든다.
![제주 본태 박물관 사진.](http://138.2.119.74/wp-content/uploads/2019/07/re_img_17-3.webp)
길게 놓여진 벽돌 무늬 화단.
마지막으로 “소장품 기획전”을 진행 중인
5관에 들어왔다.
불교 미술의 매력을 주제로 진행 중인 전시인데,
새삼 우리나라 전통 색상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알록달록한 소장품들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비도 오고 그래서
나오는 길에 간단하게 우동 한 그릇 먹었다.
본태 박물관 옆에 위치한 방주 교회.
걸어가기는 좀 거리가 있어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 곳 역시 안도 타타오의 건축물 중 하나다.
생각만큼 웅장한 규모는 아니었지만
차분히 있기 좋은 곳이었다.
이제 다시 한 시간 가량 차를 타고 성산으로 돌아와 마지막 밤을 정리한다.
언젠가 한 번 혼자서 진득이 와보고 싶었던 곳.
제주도에서의 15일은 그간 쌓아놨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기 좋은 시간이었다.
떠나고 싶은 날이면
어디든 마음이 가는 곳으로 지체 없이 출발했으며
조용한 저지리의 “엄마집”에서
쉬고 싶을 땐 밥도 굶어가며 마음껏 누워보고,
술 마신 저녁엔 노트에 글도 끄적이며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있었다.
다양한 생각을 하고, 다양한 목표를 세우고
앞날에 대한 생각도 다져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제주도에서의 보름살이는
두고두고 20대의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2019.04.15 – 2019.04.30
제주도 보름살이, 14박 15일 여행기 14) 건축물을 따라 본태 박물관과 방주 교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