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다녀온 후 4개월 만에 다시 찾게 된 일본 후쿠오카.
골목골목 이어지는 일본의 거리는 익숙해졌지만,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전체 일정은 후쿠오카 – 우키하 – 하카타 – 후쿠오카로,
총 3박 4일의 일정이다.
일본 후쿠오카, 3박 4일 여행기
3) 저 멀리 달려 도착한 우키하, 이나리 신사
모닝 쯔.
마들렌을 닮은 발에 하이파이브하고
밥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쯤 서둘러 우키하로 출발했다.
비 예보가 이어져서 그런지
날씨가 우중충 하면서도 차분했다.
우키하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에
휴게소에 잠시 들러 쉬어갔다.
첫 일본 고속도로 휴게소 탐방.
역시 한국과 가까운 후쿠오카 답게
한국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먹거리의 종류가 다를 뿐
분위기는 한국 휴게소와 비슷하다.
조금 더 달려 도착한 이나리 신사.
언덕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토리이(鳥居)가 명소인 이곳은
전철로는 우키하역에서 걸어올 수 있고,
차를 타면 신사 옆에 위치한 주차장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다.
어딜 가나 시야에 들어오는 자판기.
자판기 천국 일본이다.
일반의 영역과 신의 영역을 구분 짓는
일종의 관문.
수천 년을 함께해 온 듯 한
우직한 돌이 그 옆을 지키고 있다.
언덕을 따라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토리이.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말 다른 세계가 있을 것처럼 신비롭다.
계단을 오르며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듯하다.
흐린 날씨가 너무나 잘 어울리던 곳.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마침내 이나리 신사가 보인다.
작지만 웅장한 느낌의 신사.
다소 무서운 왕코가 옆을 지키고 있다.
한국인 시선으로 영락없는 약수터지만,
마시는 게 아니라 참배 전 손을 씻는 공간이다.
율이 없었다면, 그리고 목이 말랐다면
단숨에 마셔버리는 촌극을 벌였을지도 모른다.
고요한 빛의 반사.
신사에 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운세를 보는 오미쿠지(おみくじ)인데,
100엔을 넣으면 운세 제비가 나오게 된다.
빼곡히 적힌 한자가 겁나 여태껏 못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율도 있고 어머님도 계시니 자신 있게 뽑아봤다.
동전을 넣으니 나온 운세 제비.
나의 점괘는 소길(小吉), 율은 대길(大吉)이 나왔다.
조금의 행운이라도 좋고,
율한테는 큰 행운이 나왔으니 더 좋다.
보통 흉(凶)이 나오면 신사에 묶어둬 나쁜 운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하고,
요즘은 대길이라도 그냥 묶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나는 작은 운이라도 소중히 하고 싶어서 지갑에 넣어뒀다.
네모난 함에 동전을 던져 넣고
줄을 잡아당겨 소리를 울린 다음 인사를 한다.
다르지만 비슷한,
가깝지만 먼 두 나라.
역시 조상님 또는 신들은
술을 제일 좋아하시는 듯하다.
이나리 신사 아래로 펼쳐진
아름다운 마을 우키하의 전경.
바라만 보고 있어도
고요하고 아늑하고 편안해진다.
울창한 숲과 곁을 지키는 신사.
먼저 피어난 벚꽃.
부끄러운 듯 수줍게 자리하고 있다.
흐려서 더 아름다웠던 이나리 신사.
적막 속에 토리이 사이를 한 걸음, 한 걸음 씩 지나면
마침내 평온해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해 다시 차로 돌아와
작은 교토의 모습을 담고 있는 우키하 거리로 향했다.
2023.03.16 – 2023.03.19
일본 후쿠오카, 3박 4일 여행기
3) 저 멀리 달려 도착한 우키하, 이나리 신사
다음 포스팅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