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 주의보가 내린 오후.
회현역부터 서울로 7017을 걸어 청파동으로 내려오면서
조금 더 걷고 싶은 마음에 옛 남영동 대공분실로 기억되고 있는 민주인권기념관을 찾았다.
서울 남영, 기억의 장소 민주인권기념관 남영동 대공분실
with FUJIFILM X-Pro2
1호선 남영역 또는 4호선 숙대입구역에서 가까이 위치한
민주인권기념관.
매일 09:30-17:30까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과 명절 연휴는 휴무이다.
새로운 기념관 조성을 위해
올해 2월 28일부터 관람을 중단하고 공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어두운 분위기의 옛 남영동 대공분실.
우측에 위치한 본관의 1층, 4층, 5층만 개방되어있다.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경찰청 남영동 인권센터”.
향후 조성 계획이 담긴 디오라마.
남영동 대공분실 터의 원형을 보려면 서둘러 방문해야 할 것 같다.
입구로 들어와 영상을 시청하고,
나선형 계단을 올라 5층으로 이동한 뒤 내려오며 관람하는 게 좋다.
20분 내지의 동영상.
역사와 다소 먹먹해지는 인권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계단은 왜 나선형 인지, 흡음재는 왜 고음이 통과되게 설계됐는지
보지 않았으면 모를 내용들이 적혀있다.
나선형 계단을 통해 5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굉장히 가파르고 계단도 좁고, 중간에 나갈 수 있는 문이 없어서
아이나 어르신은 일반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게 좋아 보인다.
나선형 계단의 시작점.
몇 층으로 가는지 모르게 하기 위해 나선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의식하고 올라갔는데도
3층쯤 일 줄 알았는데 어느새 5층까지 올라와 있었다.
발 하나가 다 올라가지 못할 만큼 폭이 좁고
불편했던 계단.
안전상의 이유로 내려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가라앉은 분위기의 5층.
불이 켜져 있는데도 적은 채광 때문인지 어두워 보인다.
처음으로 찾은 곳은 509호.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이 발생한 장소다.
유리창을 넘어 존재하는
민주 운동에 대한 열망과 저항.
다른 호실도 모두 개방되어 둘러볼 수 있었다.
투신 방지를 위해 좁게 만들어진 창문.
내부의 조명은 모두 밖에서 통제했다고 한다.
고 김근태 씨를 기억하는 515호.
방음벽을 제외한 나머지는 리모델링되어 원형을 찾아볼 수 없지만,
고인이 읽던 시집과 유품으로 서재를 구현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아직은 온기가 남아있는 듯 한 느낌을 받은 곳.
515호를 나와 일반 계단을 통해 4층으로 향한다.
4층은 고 박종철 열사의 기념 전시실로 운영되고 있다.
누군가의 가족 또는 친구.
우리 곁의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온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관람이 끝나고 내려오는 길.
3층과 2층은 비공개 구역이다.
좁은 창 뒤에서 일어난 일.
그래도 햇볕은 스며들고 기억한다.
저녁의 눈 예보 탓인지 우중충 한 하늘에
육중한 철문을 지나 밖으로 나간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일.
또 앞으로 모두에게 기억되어야 할 장소다.
2023년 남영동 대공분실이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새롭게 조성된다고 하니
이전에 모습을 담아두고 싶다면 서둘러 방문하는 게 좋다.
서울 남영, 기억의 장소 민주인권기념관 남영동 대공분실
끝.